고혈압 약 평생 먹어야 할까 (진단기준, 합병증, 생활습관)
환자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 약 평생 먹어야 하나요?" 혈압이 높다는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하는 고민입니다. 저도 이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혈압약을 시작한다는 건 단순히 약 한 알을 더 먹는 게 아니라, 앞으로 제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고혈압에 대해 제가 실제로 환자분들께 설명드리는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혈압이 얼마나 높아야 고혈압일까요?
진료실에서 혈압을 재면 두 가지 숫자가 나옵니다. 위쪽 숫자와 아래쪽 숫자인데요. 위쪽이 수축기 혈압(Systolic Blood Pressure)이고, 아래쪽이 이완기 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입니다. 수축기 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낼 때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의미하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의 압력입니다.
고혈압 진단 기준은 명확합니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둘 중 하나만 높아도 해당됩니다. 실제로 진료하다 보면 뒷목이 땡긴다며 오셨는데 혈압을 재보니 200이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은 전혀 몰랐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서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출처: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정상 혈압을 120/80mmH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도 환자분들께 이 기준을 설명드리면서 지금 제 혈압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막연하게 "높다, 낮다"보다는 구체적인 숫자로 아는 게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
혈압이 높으면 어떤 병이 생길까요?
많은 분들이 혈압이 조금 높은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십니다. 당장 증상도 없고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고혈압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혈압이 높다는 건 혈관벽에 계속 강한 압력이 가해진다는 뜻입니다. 심장 가까운 곳의 큰 혈관은 비교적 견딜 수 있지만, 말단으로 갈수록 작은 혈관들이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약을 꼭 드셔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합병증입니다.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Complication)이란 질병이 진행되면서 2차적으로 발생하는 다른 질환을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환들이 있습니다.
- 뇌혈관 질환: 뇌졸중(중풍)이 가장 흔하며, 뇌의 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합니다
- 심장 질환: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등이 생길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 신장 질환: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신기능이 떨어지고, 심하면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 망막 질환: 눈의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 시력 저하나 실명까지 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높은 분들 중에 혈압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스트레스와 고혈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거든요. 저도 환자분께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요?"라고 여쭤보면 대부분 "네"라고 답하십니다. 생활 패턴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교적 이른 나이부터 약을 먹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약을 먹으면 정말 평생 먹어야 할까요?
이 질문은 정말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혈압약을 중단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이미 제 혈압이 높다는 건 제 혈관이 혈압을 조절하는 게 버겁다는 신호니까요. 하지만 처음 진단받으신 분이라면,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꿔서 약 없이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강조하는 생활습관 개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을 드시는 분이라면 국물은 피하고 건더기 위주로 드셔야 합니다. 식사 후에는 바로 앉지 말고 10분이라도 걷는 습관을 들이시고, 비만인 경우 체중 감량이 필수입니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금연과 금주도 병행해야 합니다. 칼륨(Potassium)이 풍부한 시금치나 바나나 같은 식품은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서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칼륨이란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을 맞춰주는 필수 미네랄로,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생활습관을 모두 지키면서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약을 먹었을 때 얻는 이득이 훨씬 큽니다." 약의 부작용보다 고혈압을 방치했을 때 생기는 합병증이 훨씬 위험하다는 걸 환자분들도 설명을 들으시면 대부분 이해하십니다. 약을 안 먹고 혈압이 계속 높으면 앞서 말씀드린 말초 혈관 손상으로 다른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혈압은 어디서 어떻게 재야 할까요?
요즘은 2, 30대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됩니다. 혈압은 병원이나 보건소 같은 의료기관에서 언제든 측정할 수 있고, 요즘은 동사무소나 공공시설에도 혈압 측정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집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가정용 혈압계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혈압을 잴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한참 걸어온 직후나 운동 직후에는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최소 2~3분 정도 앉아서 안정을 취한 후에 측정하는 게 정확합니다. 저도 환자분들께 "화장실 다녀오시고 5분만 앉아 계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혈압 수치를 확인할 수 있거든요.
혈압 측정 결과가 의심스럽다면 병원에서 꼭 상담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가정 혈압 측정 시 아침 저녁으로 각각 2회씩, 일주일 정도 측정해서 평균을 내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한 번 높게 나왔다고 바로 고혈압은 아니니, 여러 번 측정해서 패턴을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고혈압은 한 번 시작하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저도 진료하면서 20년 넘게 혈압약을 드시면서도 건강하게 생활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중요한 건 약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내 혈압 상태를 정확히 알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입니다. 혈압이 걱정되신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한 번 체크해보시길 권합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HdmMy1b9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