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당뇨 급증 이유 (비만, 식습관, 조기관리)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요즘 30대 초반 직장인들이 당뇨약을 받아가는 모습을 정말 자주 봅니다. 예전에는 50대 이후에나 흔했던 일인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30대 당뇨 환자가 약 24만 명에 달하고, 30대 전체 성인 중 30.5%가 당뇨 전단계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40세 이상에서는 새로 발생하는 당뇨가 줄어드는 반면, 2030 세대에서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 젊은 당뇨의 시작점입니다
약국에서 젊은 당뇨 환자분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복부비만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렇게 뚱뚱해 보이지 않아도, 배만 유독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복부비만은 단순히 살이 찐 게 아니라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끼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한 30대 초반 남성 고객분이 기억납니다. 사무직이라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시는데, 건강검진에서 복부 둘레 경고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설마 싶어서 CT를 찍어봤더니 내장 지방이 가득 차 있었고, 혈당 수치도 정상 범위를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복부비만이 있으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5배, 일반 비만은 6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지금 우리나라 2030 중 약 35%가 비만이고, 복부비만 비율도 20%에 달합니다.
제가 약국에서 상담하면서 느낀 건, 젊은 분들은 본인이 비만이라는 사실조차 잘 모르신다는 겁니다.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시는데, 막상 복부 둘레를 재보면 기준치를 훨씬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장지방(Visceral Fat)이란 피부 바로 아래가 아닌 장기 주변에 쌓이는 지방을 뜻하는데, 이게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일으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혈당을 낮추는 열쇠가 있어도 자물쇠가 고장 난 것과 같습니다.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혈당을 망가뜨립니다
솔직히 주변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은 이 현실에서 식습관을 잘 잡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바쁜 아침에는 편의점 샌드위치로 때우고, 점심에는 배달 음식, 저녁에는 야식과 맥주. 그리고 하루 종일 달달한 음료를 마시는 패턴이 이제는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생활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수년간 쌓인다는 겁니다. 가공식품과 정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이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췌장이 지치고, 결국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도 가공식품 섭취와 당뇨병 발병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저는 약국에서 젊은 고객분들께 식습관 상담을 자주 드리는 편인데, 대부분 "바빠서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바꾸려고 하지 마시고, 작은 것 하나만 바꿔보세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 단 음료를 하루 한 잔만 물로 바꾸기
- 점심 식사 후 5분이라도 걷기
- 야식 횟수를 일주일에 한 번 줄이기
- 편의점 음식 대신 집에서 간단히 준비한 식사로 대체하기
실제로 한 20대 여성 고객분은 단 음료를 끊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셨는데, 하루 한 잔씩만 물로 바꾸기를 3주간 실천하셨더니 단 음료가 더 이상 당기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결과로 이어집니다.
젊을수록 조기 관리를 놓치면 더 위험합니다
"젊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제가 약국에서 상담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가 바로 이겁니다. 혈당 수치가 높게 나와도 "아직 증상이 없는데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당뇨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는 병입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얼마 전 20대 후반 고객분이 갑자기 5kg 이상 살이 빠졌다며 걱정스럽게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셨는데, 회사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230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미 당뇨 확진이 필요한 수준이었습니다. 실제로 60대 이상은 본인이 당뇨인 걸 대부분 알고 있지만, 30대는 그 비율이 절반도 안 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더 심각한 건 젊은 당뇨는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입니다. 고령의 2형 당뇨 환자는 인슐린 분비 기능이 1년에 약 7%씩 감소하는데, 젊은 환자는 무려 20~35%씩 떨어집니다. 3배에서 5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게다가 젊을수록 고혈당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 망막병증(Retinopathy), 신장병, 신경병증 같은 합병증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망막병증이란 당뇨로 인해 눈의 망막 혈관이 손상되어 시력이 떨어지거나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을 뜻합니다.
호주 연구에 따르면 당뇨 진단 시점이 10년만 앞당겨져도 전체 사망 위험이 20~30%, 심혈관 사망 위험은 60%까지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젊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젊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는 병이 바로 당뇨입니다.
2023년 개정된 국내 진료 지침에서는 35세 이상은 누구나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받아야 하고, 위험군이라면 19세부터 매년 검사를 권장합니다. 위험군이란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있거나, 비만, 고혈압, 운동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경우를 말합니다. 저는 약국에서 젊은 분들께 꼭 말씀드립니다. 공복 혈당이 126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HbA1c)가 6.5% 이상이면 당뇨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로, 혈액 내 적혈구에 얼마나 많은 당이 붙어 있는지를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약국에서 수많은 환자분들을 상담하면서 느낀 건, 당뇨는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겁니다. 하루 30분 빠르게 걷기, 단 음료 줄이기, 식사 후 5분이라도 움직이기 같은 작은 습관부터 시작해보세요. 완벽하려고 하지 마시고, 오늘부터 딱 한 가지만 바꿔보시면 됩니다. 젊을수록 몸은 빠르게 반응합니다. 지금 시작하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PmNBw6qB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