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 치료 (비강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가습기)
밤만 되면 코가 막혀서 뒤척이다 아침을 맞는 분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감기가 자주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알레르기 비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 어머니와 동생도 비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해왔는데, 제대로 된 치료 방법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특히 스테로이드라는 단어만 들어도 겁부터 먹는 보호자들이 많아서, 효과 좋은 치료를 미루는 경우를 주변에서 자주 봤습니다.
비강 스테로이드, 정말 안전할까
많은 분들이 스테로이드 치료를 꺼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동생이 처방받아온 비강 분무제를 보고 "이거 매일 써도 되는 거야?"라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nasal corticosteroid)는 전혀 다른 약입니다.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란 코 점막에 직접 뿌려 염증을 줄이는 치료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먹는 스테로이드와 달리, 코 안에서만 작용하고 몸 전체로 흡수되는 양은 극히 적습니다. 실제로 99% 이상이 체내에서 분해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임산부에게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출처: 미국가정의학회).
제가 직접 확인해본 바로는, 어린이가 장기간 사용해도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염을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생기면 구강호흡이 습관이 되고, 이로 인해 안면 골격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히 코만 막히는 게 아니라 얼굴 형태까지 바뀔 수 있다니 말입니다.
다만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약국에서 파는 오트리빈, 화이투벤 같은 항울혈제(decongestant)는 뿌리자마자 코가 뻥 뚫리지만, 1주 이상 쓰면 오히려 약물성 비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항울혈제란 코 점막 혈관을 수축시켜 일시적으로 코막힘을 해결하는 약인데, 장기간 사용 시 반동 효과로 코막힘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비강 스테로이드는 꾸준히 1주 정도 써야 효과가 나타나지만, 내성이 생기지 않고 근본적인 염증을 줄여줍니다.
항히스타민제, 어떤 걸 선택할까
비강 스테로이드를 거부하는 분들이 주로 찾는 게 항히스타민제입니다. 저도 동생이 스테로이드 처방을 꺼릴 때 일단 항히스타민제부터 권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선택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크게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3세대로 나뉩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클로르페니라민 같은 성분으로, 졸음과 입마름 부작용이 심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염약을 먹으면 졸리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2세대, 3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런 부작용이 훨씬 적습니다.
제가 주로 권하는 성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세티리진(cetirizine): 2세대 항히스타민제로, 약간의 졸음이 있을 수 있지만 효과가 좋습니다
- 레보세티리진(levocetirizine): 세티리진의 개량형으로, 졸음이 더 적습니다
- 펙소페나딘(fexofenadine): 가장 졸리지 않은 3세대 항히스타민제로, 학생이나 운전자에게 적합합니다
저는 세티리진 계열을 먹으면 기절하듯 졸려서, 개인적으로는 펙소페나딘 성분(대표적으로 알레그라)을 선택합니다. 졸음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3세대 항히스타민제 펙소페나딘부터 시도해보는 게 좋습니다(출처: 미국국립보건원).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콧물, 재채기, 눈 가려움증 같은 급성 증상은 빠르게 잡아주지만, 코막힘에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코막힘까지 해결하려면 결국 비강 스테로이드를 병행해야 합니다.
가습기 사용, 오히려 역효과일 수도
일반적으로 비염 환자에게 가습기가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찾아본 자료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습니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게 가습기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집먼지 진드기(house dust mite)는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집먼지 진드기란 실내 먼지 속에 사는 미세한 생물로, 사람의 피부 각질을 먹고 삽니다. 문제는 이 진드기가 습도 50% 이상에서 급격히 번식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저희 집 가습기를 틀었을 때 습도계가 60%까지 올라가더군요. 이건 진드기에게 천국 같은 환경입니다.
환기는 필수입니다. 실내 공기에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 같은 알레르겐(allergen) 농도가 실외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겐이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우리 몸이 과민 반응하는 외부 물질입니다. 하루 두 번 이상, 한 번에 10분씩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실내 알레르겐 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침구류 관리도 중요합니다. 60도 이상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어려우면 냉동실에 하룻밤 넣어두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제 동생네 아이가 갖고 노는 인형도 한 달에 한 번씩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세탁합니다. 저온에서 진드기가 죽기 때문입니다. 공기청정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환기와 침구 관리가 우선입니다.
정리하면, 알레르기 비염은 방치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저희 어머니는 비염 때문에 숙면을 못 해 만성피로에 시달렸고, 동생은 집중력 저하로 성적에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스테로이드라는 단어에 겁먹지 말고, 비강 분무 스테로이드를 꾸준히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당장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닙니다. 가습기는 습도를 50% 이하로 유지하고, 환기와 청소를 생활화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비염으로 고생하고 계시다면, 먼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7w7KQjgLJ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