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 없는 독감 (오한, 소화기 증상, 근육통)

고열 없는 독감 (오한, 소화기 증상, 근육통)

지난 가을부터 약국에 독감 환자가 유독 많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고열 없이도 독감 양성 판정을 받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의아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독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더군요. 열이 없다고 방심했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오한과 떨림, 열 없는 독감의 첫 신호

제가 약국에서 환자분들을 상담하다 보면 "열은 없는데 몸이 덜덜 떨려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엔 단순 몸살감기려니 하고 넘어가다가 검사 결과 독감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이런 오한(chills)이라는 증상은 체온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가 바이러스 침입에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몸이 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근육을 떨게 만드는 것이죠.

한 환자분은 "추운 날 밖에 있는 것처럼 몸이 떨렸는데, 체온계로 재보니 37도 초반이라 그냥 참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머칠 뒤 열이 급격히 올라 결국 병원에 가서 독감 진단을 받으셨죠. 오한은 발열 직전 단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초 혈관이 수축하면서 체온 손실을 막고, 동시에 근육 떨림으로 열 생산을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열이 없어도 몸이 떨리고 추위를 느낀다면 48시간 이내에 병원 방문을 권한다"고 말씀드립니다.

물론 오한이 무조건 독감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저체온증, 빈혈, 갑상선 기능 저하증 같은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라면 더욱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만성질환자라면 오한만으로도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안전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설사와 구토, 독감도 소화기 증상을 일으킨다

올해 약국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독감인데 왜 설사를 하나요?"였습니다. 독감은 호흡기 질환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화기 증상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설사를 동반하기도 합니다. 특히 인플루엔자 B형(Influenza B)에서 이런 증상이 자주 보고됩니다. 독감 바이러스가 소화기 점막을 자극하면서 메스꺼움,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소화기 증상은 소아나 면역력이 떨어진 성인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한 환자분은 "배가 아프고 설사가 심해서 장염인 줄 알았다"며 지사제만 복용하다가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 갔는데, 결과는 독감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분은 60대 후반으로 면역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였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탈수나 2차 감염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독감으로 인한 소화기 증상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분 보충: 설사와 구토로 손실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합니다. 물, 이온음료, 따뜻한 차 등을 자주 마시세요.
  2. 전해질 관리: 탈수를 막기 위해 전해질 보충제나 스포츠 음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3. 유산균 복용: 장 건강을 돕고 설사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유산균이나 지사제를 처방받는 것이 도움됩니다.
  4. 병원 방문: 증상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세요.

제가 약국에서 환자분들께 강조하는 건 "호흡기 증상 없이 소화기 증상만 있어도 독감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로타바이러스나 노로바이러스 같은 장염 바이러스도 함께 유행하는 시기라면 정확한 진단이 더욱 중요합니다.

온몸이 쑤시는 근육통, 단순 감기와의 차이

독감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근육통(myalgia)입니다. "팔다리를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온몸이 쑤신다", "마치 심한 운동을 한 것처럼 근육이 아프다"는 표현을 자주 들었습니다. 일반 감기는 목 아픔이나 콧물 같은 국소 증상이 주를 이루지만, 독감은 전신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육통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 경험상 근육통이 심한 환자분들은 대부분 타미플루(Tamiflu)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뒤에야 증상이 완화됐습니다. 독감은 치료제가 있는 질환이라는 점이 일반 감기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감기는 대증 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게 전부지만, 독감은 발병 48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증상 기간을 줄이고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특히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어르신, 임신부, 당뇨나 천식 같은 만성질환자, 면역력이 약한 분들은 근육통과 함께 고열이 동반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분들은 독감이 폐렴이나 2차 세균 감염으로 악화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약국에서 이런 환자분들을 만나면 "지금 당장 병원 가서 검사받으세요"라고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근육통 외에도 두통, 피로감, 전신 쇠약감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독감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저도 환자분들께 "감기는 코와 목에 집중되지만, 독감은 온몸이 아프다"고 설명해 드립니다. 이 차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감 유행 시기에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철저히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 역시 환자가 많은 약국에서 일하다 보니 마스크 착용에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항체가 형성되는 데 2주가 걸리니, 접종 후에도 당분간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독감에 걸렸다면 첫째도 휴식, 둘째도 휴식입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영양 보충을 잊지 마시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주저 없이 병원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lwBAIQDnx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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