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초기 증상 (거품뇨, 부종, 혈압)
병원에서 근무할 때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서 혈액투석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멘붕에 빠지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들 대부분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알면서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성콩팥병은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서 방치하다가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흔한데, 사실 몇 가지 신호만 잘 알아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변에 거품이 계속 남는다면
거품뇨는 만성콩팥병의 가장 대표적인 초기 증상입니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내는 정수기 필터 같은 역할을 하는데, 고혈압이나 당뇨로 인해 이 필터가 손상되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새어나갑니다. 단백뇨(蛋白尿)란 소변에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배출되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것이 바로 거품을 만드는 주범입니다.
제가 임상에서 환자분들께 자주 설명드린 방법이 있습니다. 소변을 본 뒤 1분 정도 기다려도 거품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소변검사를 받아보시라고 권했습니다. 남성의 경우 낙차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품이 생길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거품이 남는다면 단백뇨를 의심해야 합니다. 소변검사는 비용도 300원 정도로 저렴하고 결과도 5~10분 안에 나오니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거품뇨로 병원을 찾은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초기 단백뇨로 진단받았습니다. 이 단계에서 발견하면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충분히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피검사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이어도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니, 거품뇨가 보인다면 즉시 검사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아침에 정강이를 눌러보세요
부종(浮腫)은 체내에 과도한 수분이 축적되어 신체 조직이 붓는 현상을 말합니다. 만성콩팥병 초기에는 단백뇨로 인해 혈액 내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부종이 나타나는데, 이를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정강이와 복사뼈를 눌러보는 것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정강이 앞부분을 엄지손가락으로 3~5초간 눌러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정강이는 연부 조직이 거의 없어서 비만이신 분도 뼈가 만져지는 부위인데, 여기를 눌렀을 때 손가락 자국이 푹 들어가고 천천히 돌아온다면 부종을 의심해야 합니다. 손가락이나 종아리는 다른 질환으로도 부을 수 있지만, 정강이와 복사뼈 부종은 만성콩팥병을 강력히 시사하는 신호입니다.
체중 변화도 중요한 지표입니다. 많이 먹지 않았는데도 한 달에 1kg씩 조금씩 체중이 증가한다면 몸이 붓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만 다녀온 뒤 속옷 차림으로 체중을 재는 습관을 들이면, 이런 변화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 부종으로 내원한 환자분들 중 상당수가 단순히 짜게 먹어서가 아니라 신장 기능 저하가 원인이었던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혈압이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다면
고혈압과 만성콩팥병은 서로 원인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는 악순환 관계입니다. 고혈압으로 콩팥이 손상되면, 손상된 콩팥이 다시 혈압을 올리는 물질을 분비해서 혈압이 더욱 상승하는 것입니다. 저는 임상에서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던 환자분이 갑자기 혈압이 160 이상으로 치솟아서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상황은 기존에 혈압이 120/80으로 잘 조절되던 분이 약을 똑같이 먹는데도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콩팥 기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이런 케이스로 병원을 찾은 환자분들 중에서 초기 만성콩팥병이 발견된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의 70%가 고혈압과 당뇨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그만큼 혈압 관리가 신장 건강에 직결되는 것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혈압약을 꾸준히 드시는 것이 투석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항상 강조했습니다. 약을 먹기 싫어서 임의로 중단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 결과가 투석이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피검사 결과지를 다시 확인해보세요
2년마다 받는 건강검진 결과지에 신장 건강의 중요한 단서가 숨어 있습니다. 검진 결과지의 신장 질환 항목을 보면 혈청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치가 나오는데, 이 수치가 1.5 이하면 정상으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1.0을 넘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신장이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혈액 내 농도가 높아지는 지표입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과거 몇 년간의 검진 결과지를 한꺼번에 꺼내서 크레아티닌 수치 추세를 확인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예를 들어 2년 전 0.9였던 수치가 작년에 1.0, 올해 1.1로 조금씩 오르고 있다면 이건 명백한 경고 신호입니다.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추세가 상승한다면 반드시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가 검출되었는데도 검진 병원에서 연락이 없어서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진 병원은 결과지에 "이상 있음" 표시와 함께 "가까운 병원 방문 권장"이라고만 적어놓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결과지를 받으면 꼼꼼히 읽어보고, 신장 항목에 이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셔야 합니다. 제가 임상에서 만난 분들 중에는 검진 결과를 대충 봐서 몇 년간 단백뇨를 방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거품뇨가 1분 이상 지속되면 소변검사를 받으세요
- 아침에 정강이를 눌러 부종을 확인하세요
- 혈압이 갑자기 조절되지 않으면 신장 검사가 필요합니다
- 검진 결과지의 크레아티닌 수치 추세를 확인하세요
- 단백뇨 소견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세요
만성콩팥병은 초기에 발견하면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병원에서 당뇨약과 혈압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서 투석까지 가신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투석은 약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불편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지금 당장 집에 있는 검진 결과지를 꺼내서 신장 수치를 확인해보시고, 위에서 말씀드린 증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가까운 병원에 방문하시길 권합니다. 저염식, 충분한 수분 섭취, 진통제 남용 금지 같은 기본 수칙만 지켜도 신장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yQPXFgGVLU